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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바리공주와 오구대왕의 본이 그 어디냐!
경상도 안동땅이 그 본이로다
기사입력: 2017/09/05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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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성달 소설가    

단군신화를 비롯한 김알지, 박혁거세, 주몽, 김수로왕 같은 우리나라의 상고대 신화는 거의가 건국신화이면서 영웅 신화와 무속신화입니다. 시대를 좀 내려오면 최영, 임경업, 남이장군 같이 일반 민중에게 억울한 죽음으로 각인된 영웅들도 그분들만의 도당굿이 존재할 만큼 무속에서 융숭하게 신으로 대접받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백미는 역시 누가 뭐래도 지금까지 구연되고 있는 바리공주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어릴 적 기억을 되돌려보면 할머니에게서 바리공주-바리떼기 이야기를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입니다. 채록 본이 워낙 많아 구술자에 따라서 조금씩 이야기가 다르지만 안동을 본으로 밝히고 있는 김태곤의 '서사무가개요'와 '한국 무가집'에 실린 오구본풀이의 내용을 그대로 옮기자면 이렇습니다.

 

오구님(오구대왕)의 본(本)은 경상도 안동인데, 열네 살 때 열아홉 난 신부(길대부인)와 결혼한다. 오구님 부인은 계속하여 딸만 일곱을 낳는다. 오구님 부인은 일곱째 딸(바리떼기)을 깊은 산 속에 버린다. 후에 오구님은 딸만 낳은 것이 한이 되어 화병이 난다. 점쟁이가 죽게 된 오구님에게 시영산 약물(소도장)을 먹으면 산다고 알려 준다. 여섯 딸 모두 이 핑계 저 핑계로 약물 구하러 가기를 거절한다.

 

오구님 부인은 하인을 시켜 일곱째 베리데기(던지데기)를 찾아오게 하고, 베리데기는 바로 약물 구하러 떠난다. 베리데기는 약갑으로 아홉 해(무장승를 살고 삼형제를 낳아 준 다음 약물을 길어 가지고 돌아온다. 한편, 오구님은 이미 세상을 떠나 상여에 실려 나간다. 베리데기가 약물을 뿌려 오구님을 살려 내고, 오구님은 베리데기의 삼형제에게 각각 벼슬을 봉한다.

 

오구물림, 오구 본풀이 중 일부입니다.

 

-창- 오구님아 본을 받자 오구님아 앉절 받자 오구님아 본은 기 어디가 본일던고 경상도 안동땅이 본이던고 오구님은 열이니살 잡수시고 오구님 마늬래는 열아홉살 잡수셨는디 오구님 마늬래는 오구님하고 서로 결혼 맺이실 때 천광호절 지호절으 청조로 이골 이뤄 좌우로 폐로 놓니 일구에 여추리라 일변은 태길허구 육예를 가추실 제 머.........

 

제가 바리데기를 처음 접한 것은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에서 잡지사 생활을 하던 90년대 초반이었습니다. '솔' 출판사에서 93년 6월30일에 1판1쇄한 박경리의 토지 16권 전질 가운데 1권을 사서 읽다가 우연히 '바리데기'라는 이름을 발견하고 신기하게 여기기는 했으나 그때는 그것으로 그만이었습니다.

 

바리데기가 다시 제 안으로 들어온 것은 그로부터 수 십 성상이 흐른 후였습니다. 5~6년 전쯤 제비원 성주풀이의 이론적 근거를 확립하고자 한국의 신화 중심으로 서적을 탐독하다가 77년 일조각이 발간한 김열규의 '한국신화과 무속연구'라는 책에서 운명처럼 다시 '바리데기'와 마주하고는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오구님아 본을 받자/오구님아 앉절받자/오구님아 본은 기 어디가 본일 넌고/경상도 안동땅이 본이로다/ 라는 문구를 보고는 참말이지 기절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성주 본이 제비원인 것이 기화가 되어 안동이 누구나 인정하는 민속신앙의 성지가 되었는데 오구대왕과 바리공주의 본(출신) 또한 안동이라는 말에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었겠습니까?

 

당연히 그 벅찬 희열을 감당 못해 사방에다 자랑을 하고 다녔습니다. 용한 무당과 주위에 경사를 전하듯 원 소스 멀티 유즈(One-Source Multi-Use)문화콘텐츠로 나아갈 엄청난 문화자산(바리공주 오구풀이)이 우리 안동에 있다는 것을 알렸습니다.

 

참 희한한 일은 그것만이 아니었습니다. 이러는 사이 불현 듯 기억 저편에 오랫동안 잊혀져 있던 '토지' 속 오구 본풀이 문장이 겹쳐 떠오르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을 확인하고자 허겁지겁 책을 찾아보았습니다.

 

1권 3장 '골짜기의 초롱불' 편 43페이지 10번째 줄부터 11번째 줄에 떡하니 그 구절이 들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희열이 장~탄식으로 바뀌는 데는 단 몇 초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문장은 기묘하게도 '안동'이라는 지명을 의도적(?)으로 빠뜨리고 있었는데 이해를 돕기 위해 몇 단락을 옮기면 이렇습니다.

 

"이년아! 사당 될 라고 이러나! 무당 될 라고 이러나!" 봉순네가 머리를 쥐어박고 등을 치면 "와 그라노. 그것도 한 가지 재준데 아아를 와 때리노."하며 김서방은 언제나 역성을 들고 나왔다. 뿐만 아니라 심심하면 "어데 우리 봉순이 노래 한 판 안할라나? 우리 명창 소리 한분 들어보자."........"오구님아 본을 받자 오구님아 앉절 받자 오구님아 기 어디가 본일런고." 하고 있는데...

 

문맥상 바로 뒤 이어서 '경상도 안동땅이 본이로다'는 지명이 들어가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아 박경리 선생이 일부러 빼 버린 것이겠지만 만약 원래 있는 그대로 실었다면 어떻게 되었겠습니까? 생전 노벨문학상 후보에 매번 이름이 오른 대작가의 대작에 떡하니 실렸으니 엄청난 문화적 반향을 일으켰을 것입니다. 우리 또한 벌써 바리데기를 안동의 문화상품으로 인식하고 안동제비원성주풀이처럼 확실하게 보존 전승하는 길로 나아갔을 것입니다.

 

김대일 부의장님, 정숙희 교수님! 그래서 하는 말입니다만 김대일 부의장께서 오구굿+바리데기 본풀이의 전승 보존에 발 벗고 나서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몇 년 전 안동제비원원성주풀이를 갖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기에 오구굿+바리데기 본풀이를 확실하게 안동의 문화자산으로 자리매김하는 적임자로 김부의장만한 사람이 없다고 믿습니다.

 

제가 파악한 바로는 안동에도 오구굿이 성행했고 지금도 전승 보존할만한 인재들 많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의 제비원문화축제를 함께 이끌어오고 있는 (사)제비원문화재단 권순협이사장, 권철환 사무국장과 손발을 맞춰 성주풀이와 상여소리의 보존 계승을 넘어 오구 본풀이의 계승 발전에도 적극 발 벗고 나선다면 이것도 문화적 측면에서 하나의 거대한 금자탑을 쌓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정숙희 교수님, 그러나 이것으로는 부족합니다. 부득불 (사)제비원문화재단이 원형 보존을 해야 한다면 누군가는 서사무가의 창작으로 활로를 열어가 주어야 합니다. 서사무가 바리데기가 갖는 창작의 이로움은 그야말로 무궁무진합니다.

 

먼저, 바리공주는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 삶과 죽음이라는 거대담론을 담고 있습니다. 바리공주가 아버지를 살리고자 천상계와 지하계에 가서 생명수(소도장)를 구해옴으로써 무조의 신, 생명의 신, 부활의 신으로 등극합니다. 실제로 무당들이 굿을 할 때 왕의 제복을 착용하는 것은 그들이 바리데기의 정신을 이은 후계자라는 신성을 그렇게 표시하는 것입니다.

 

둘째, 바리공주는 형제애와 효 사상을 고취할 교육용으로도 그만입니다. 그 모진 어려움을 겪고 생명수를 구해 아버지를 살려낸 지극한 효녀였으니까요.

 

셋째, 시공의 제약을 전혀 받지 않습니다. 창작의 제약 또한 전혀 없습니다. 다채로운 채록본이 있어 안동이라는 정체성만 유지한다면 원용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자유로운 해석이 가능합니다.

 

넷째, 설화의 구조상 조명의 비중이 요구되고 이것이 작품의 질을 좌우할 공산이 매우 큰데 제 판단에는 정교수님의 전공인 무용극으로 그만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최대한 대사를 줄이고 춤사위와 노래로 승부하는 무용극이나 뮤지컬을 만든다면 반은 이미 성공한 것이나 진배없어 보입니다.

 

다섯째, 무용극 혹은 뮤지컬 바리공주가 공연된다면 안동의 문화자산이라는 확실한 인식을 심어주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이제껏 춤으로 살아온 전 생애를 걸고 정교수님의 색깔이 물씬 묻어나는 환상적이고도 몽환적인 무용극 바리공주를 기대해도 되겠습니까?

 

최성달(시나리오 작가/ 시인/ 소설가)

편집부 dsb10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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